“당연히 진화학 하면 찰스 다윈을 생각하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입니다. 1858년에 나온 <종의 기원> 초판을 얘기하고 싶은데 사실 초판은 우리나라에 아직 번역이 안 되어 있습니다. <종의 기원>은 6판까지, 판을 다섯 번 갈았는데요. 우리나라에 나온 번역서는 6판을 번역한 책입니다. 하지만 다윈의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가장 잘 들어있는 책은 초판이에요. 왜냐하면, 다윈이 판을 갈면서 자기 생각을 약간씩 후퇴시키거든요. 그래서 ‘정말 오리지널하게 생각했던 것이 뭐냐.’라는 질문에 대해서 답을 얻으려면 초판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은 세상을 바꾼 과학책이죠. 근데 세상을 바꾼 과학책이지만 수식이 하나도 안 나오고 일반인이 읽었을 때도 이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책입니다. 그런데 세상을 바꾼 과학책이니까 우리가 읽을 때 많은 기대를 하지만 사실 읽으면 졸립니다. 다 읽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첫 부분부터 무슨 얘기가 나오냐면 육종사들이 관심 가질 만한 얘기들이 나오거든요. ‘이러이러한 비둘기를 교잡을 시켰더니 목에 뭐가 생겼다.’라든가. 그런 건 오늘날 우리한테는 별로 재미가 없잖아요. 근데 1850년대의 빅토리아 시대로 가 보면 그 당시 육종문화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대중문화였어요. 지금 우리가 기르고 있는 애완견 종류가 그때 다 만들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되게 재미난 일이었고, 엘리트층이라든가 농민층도 다 관심 있던 주제였어요. 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다윈이 책을 써서 번 돈이 지금 가치로 10억 정도 되거든요. 당시 베스트셀러였죠. 초판이 1,250부가 나왔는데, 첫날 매진됐습니다.”(장대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