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은 하나님의 자기제한을 전제한다. “세상의 고난과 악의 기원에 대한 문제는 이천년 그리스도교 신학의 큰 난제였다. 정의로우신 하나님의 통치의 역사 속에 왜 악이 존재하며 세상의 고난은 어디서 기인된 것인지의 문제는 수많은 신학자들의 난제였다. 이 난제는 이천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채 수많은 가설들만 쏟아 내었다. 칼 바르트 역시 악과 신정론의 문제의 근원으로 무(Das Nichtige)를 언급했지만, 이 무의 기원을 설명해 내지는 못했다. (중략) 1980년의 『삼위일체와 하나님의 나라』(Trinitat und Reich Gottes)와 1985년 출간된 몰트만의 『창조 안에 계신 하나님』(Gott in der Schopfung)은 이 무의 기원을 놀랍게 밝혀낸 탁월한 저술이었다. 몰트만은 유대교의 카발라 전통을 깊이 연구하면서 … 무의 기원을 찾았는데,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이삭 루리아(Isaac Luria)의 이론에서 발전시킨 침춤(Zimzum) 이론이다. 몰트만에 의하면 하나님의 창조 사역은 하나님의 전능성을 제한하는 자기제한(Selbstzurückhaltung)의 행위이다. … 피조물의 자유는 하나님의 자기제한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나님의 자기제한은 피조물을 위한 하나님의 큰 은총의 행위이다. 이 하나님의 자기제한을 통해 창조의 공간이 생겨났고 자유로운 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하나님의 자기제한과 자기철회를 통해 피조세계에는 절대 무의 가능성이 존재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르트가 답하지 못했던 무에 관한 몰트만의 해석이다.”
_ 김명용, 세상을 바꾼 신학(『희망의 신학』 50년, 몰트만 신학의 공헌에 대한 연구), 2014, 4~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