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김낙형 연출의 <에쿠우스>는 간단없이 성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관능미의 향연이었다. 이는 관객의 공감을 전유하기보다 이목을 휘어잡기에 그들의 삶은 우리의 삶이 될 수 없었다. 그것은 하나의 현란한 퍼포먼스였다.
1. “간단없이”: ‘긴박한 음향’, ‘국소적 조명’, ‘중복적 공간’ 활용에 따른 암전의 최소화. 이것은 객석(관객과의 소통), 무대(배우간의 대화), 내면(메세지의 전달)의 3차원 구성에 버금가는 극 연출의 묘미였다.
2. “성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금욕을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 속에 ‘다이사트’가 동경하는 엑스터시와 그것을 향유한 ‘알런 스트랑’의 고해성사적 재현 과정. 어느덧 고루해진, 그러나 여전히 성행 중인 포스트 모더니즘 작품(1973년 초연)을 수차례 재연하는 극단 실험극장. 과연 [새로운 윤리를 주조하려는] 기획의도란 것이 존재했을까? 염량세태에 편승하는 변죽 울리기 아닌가.
3. “관능미”: 6(8)마리의 ‘말’과 ‘질 메이슨’의 육감적 의상과 몸짓. 이들의 노출은 신성한 ‘매혹’이 아닌 저급한 ‘유혹’이었다.
4. “향연”: 예수의 수난과 바알의 숭배를 연상케하는 종교적 메타포와 미장센. 희곡의 시공간을 실현하는 일상의 미학이 요청된다. ‘3D Matrix’ 시대일수록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연극 고유의 극적인 요인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