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듯하게 영어학습지 구독하는 아이와 강남의 이름난 영어강사에게서 강의를 듣고 방학 때면 영국이나 미국에서 지내는 아이가 영어성적 경쟁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그건 경쟁이 아닙니다. 그걸 경쟁이라고 말한다면 사람을 조롱하는 일이죠. (중략) 강남 우파 부모는 아이가 조중동을 애독하는 일류대 학생이 되길 바라고, 강남 좌파 부모는 제 아이가 경향과 한겨레를 애독하는 일류대 학생이 되길 바라는 게 상황의 전부라면 교육에서 진보의 가치는 없는 셈입니다. 변화도 없는 셈입니다. 아이의 재능과 가능성을 제한하거나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내 아이, 남의 아이를 함께 생각하고 고민할 때 비로소 더 나은 교육 현실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는 말입니다. “세상의 오른쪽엔 우파 부모들이 있고 왼쪽엔 좌파 부모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 아래에 가난한 부모들이 있다.” 이게 현실이고, 우리는 그 현실에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_ 김규항, 2015.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