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법학은 법이란 어떻게 존재해야 하고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란 무엇이며 또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전개되었던 전통법학이 거의 무비판적으로 법학을 심리학, 사회학, 윤리학 및 정치이론과 혼합시켰던 방법혼합주의를 극복하고 과학으로서의 법학을 순수성으로 지칭되는 객관성과 엄밀성에 정초시키고자 한 것이 순수법이론을 주창한 켈젠의 의도였다. … 당위는 당위에서 도출될 뿐 존재로부터 도출되지 않는다는 신칸트학파의 방법이원론에서 출발하여, 동적 법질서의 효력근거를 설명하기 위해 창안해낸 근본규범(이론)에 기대어 실정법체계의 전체적 통일성을 구성하고자 하는 그의 이론적 기획 및 그에 따른 내용적 형성은 ‘순수법학’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주제의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고 정치한 논리적 사고를 통해 펼쳐지고 있다.”(변종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