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와 약자>는 두려움을 밝혀 두 가지 책을 소환한다. 하나는 <안티크리스트>고, 다른 하나는 <죄책감과 은혜>다. 전자가 두려움으로부터 기인한 반응의 측면에서 약자의 원한의식을 권력에의 의지로 치환한다면, 후자는 두려움의 뿌리인 죄의식을 진단하고 치유한다.

“불안에 시달리는 환자가 어떤 장벽 앞에 멈추어 선다. 그 장벽의 일정한 높이까지는 진정한 죄의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죄의식의 일부분은 땅속의 보이지 않는 곳에 박혀 있다. 그러나 그가 희생자가 되었던 사건들 때문에 생긴 잘못된 죄의식은 이 불안의 방벽을 더욱 높게 쌓아 버려서 그 장벽을 넘기가 어려워진다. 그는 높이뛰기로라도 그 장벽을 뛰어넘고 싶은 마음에 장벽의 꼭대기에만 시선을 고정시킨다. 이것이 바로 강박적인 잘못된 죄의식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장벽의 기초를 공략하여 그에게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 그 기초가 폭파되면, 모든 장벽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_ 폴 투르니에, 정동섭(역), <강자와 약자>, IVP, 2000, 2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