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 / 물결처럼 // 우리는 깊고 / 부서지기 쉬운 // 시간은 언제나 한가운데처럼 (김행숙, 「인간의 시간」 전문)

이번 시집 전반에는 인간이 살아가며 통과하는 시간에 대한 사유가 녹아 있다. 시인에게 시간은 밟으면 그대로 빠져버리는 ‘깊고 부서지기 쉬운 물결’과 같다. 언제나 한가운데처럼 기원도 종말도 없이 일렁인다. 무엇보다 그 시간은 홀로 외롭게 경험하는 존재의 행적이 아니라 인간을 공동의 “우리”로 엮는 ‘관계의 사건’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시간”은 결국 타자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뤄지는 주체성의 얽힘을 가리킨다. 그 속에는 위태롭지만 무한한 “사랑”의 가능성이 깊이 잠재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