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시는 이 그림은 갈릴레오가 1609년에 첫 번째로 망원경을 가지고 달을 보고서 달을 그린 그림입니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으로 달을 관찰한 뒤에 달이 수정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달에 산이 있고 분화구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내서 세상에 충격을 준 사람입니다. 그게 충격적인 이유는 그전에는 달이라는 것이 수정처럼 매끄러운 존재라고 사람들이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당시 중세시대에는 달이 성모 마리아의 처녀성과 관련되어 그것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달에는 흠집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갈릴레오가 달에 지구처럼 산이 있고, 분화구가 있고, 계곡이 있다는 것을 보여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갈릴레오가 달에 있는 산이나 분화구를 직접 본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다시피 당시에 갈릴레오가 가지고 있었던 망원경 배율이 그렇게 좋지 못해서 달의 분화구나 산이 직접 보이지가 않습니다. 갈릴레오가 처음에 관찰한 것은 놀랍게도 달의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을 나누는 선입니다. 육안으로 봤을 때는 이 선이 칼로 자르듯이 매끄럽습니다. 아마 달을 관찰해 보면 아시겠지만 반달이나 초승달을 보시면 이 날렵한 선들이 육안으로 관찰됩니다. 그런데 망원경을 통해서 보면 이 선들이 매끄럽지가 않고 여기저기가 울퉁불퉁하고 이 근처에 검은색 점들이 있는 것이 관찰됩니다. 이게 왜 울퉁불퉁할까? 울퉁불퉁한 것을 어떻게 해석을 할 수가 있을까? 갈릴레오는 생각을 하다가 달의 표면이 삐쭉삐쭉하구나, 그래서 햇볕을 받아가지고 그림자가 생긴 것들이 이 달의 표면에서 이렇게 나타나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했고, 이 점들은 분화구에 햇빛이 비춰서 한쪽 부분에 그림자가 생기는 거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보시기에 당연한 해석 같지만, 이 해석이 쉬운 해석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하나는 달이라는 것이 ‘그런 존재다’라고 알려져 있지가 않았습니다. 달은 수정처럼 매끄러운 존재라고 알려져 있었고요. 또 갈릴레오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실제로는 좀 전에 망원경을 가지고 달을 역시 관찰했던 영국의 토마스 해리엇이라는 과학자가 갈릴레오와 거의 같은 것을 발견하였지만, 갈릴레오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했습니다. 거의 같은 것을 발견하였지만 해리엇은 그 자신의 발견으로부터 달이 울퉁불퉁하다는 결론을 끌어 내지 못하였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되어서 이 경계가 울퉁불퉁한 것만 기록을 했지 그 사실로부터 그 관찰로부터 달의 분화구가 있고 표면이 거칠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해리엇이 이끌어 내지 못했던 것을 갈릴레오가 이끌어 낼 수 있었던 한 가지 이유는 갈릴레오가 실제로 젊었을 때, 예술을 연습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로랜스의 디자인 아카데미는 그 당시에 예술학교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과학자이면서 드로잉이라든지, 원근법이라든지, 음영법에서 그림자 같은 것들을 나타내는 방법, 그림자를 보고 사물을 나타내는 것들에 대해서 공부를 했던 사람으로, 어떤 측면에서 갈릴레오는 예술가 또는 화가의 눈을 가졌던 과학자였기 때문에 이런 해석이 가능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홍성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