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의 백양로는 기억 속 공간이 되었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한마디가 너무도 무력해진 오늘, 그래도 기억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중략) 백양로 난개발의 역사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의 단면입니다.” 

“물론 어떤 건축물을 50년 넘게 쓸 수는 있습니다. 흙의 보호를 받는 지하시설은 구조 안전성 측면에서 수명이 더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튼튼하게 지어진 아파트는 30~40년 지나도 구조적으로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부구조, 목욕탕이나 냉난방서비스 수준이 더 이상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 기능은 다한 것으로 봅니다. 구조물 사용연한은 안정성 수명뿐 아니라, 여러 가지 사용서비스 수준에 의해 결정됩니다. 누군가 100년을 쓴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유지보수비가 필요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경제성을 따져 초기부터 철저한 설계와 시공상의 품질관리가 있어야겠죠.”

“백양로 재창조 프로젝트도 특이한 것은 건축·토목 전문가인 공대 교수들이 대안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이다. 8월에 완공되면 당장은 그림이 좋을지 모르지만 50년, 100년 후에는 과연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