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폭력의 공포에 떠는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보수화되는가?” “배양효과 이론은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텔레비전 속의 상징적 세계가 시청자들의 실제 세계에 대한 생각을 배양한다는 것이다. 거브너(George Gerbner, 1919~2005)에 따르면, 문화배양은 기본적으로 시청자들이 미디어에 의해 수동적으로 조종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와 계속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상정한다. 그럼에도 시청자와 미디어는 닮아가는 점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개인의 지각된 현실은 점차 텔레비전 세계에 근접해간다는 것이 배양효과 이론의 핵심이다.”

“거브너는 시청자를 ‘중시청자’(heavy users)와 ‘경시청자’(light users)로 구분해 이 두 종류의 시청자들이 세상을 보는 눈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거브너의 연구는 경시청의 상한선을 매일 2시간으로 규정했으며, 중시청자는 4시간 이상을 시청하는 사람들로 보았다. … 경시청자는 그들의 속성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견해를 갖지만, 중시청자는 그런 차이는 감소되거나 아예 없어져 텔레비전이 배양하는 경향이 있는 ‘세상을 보는 눈’이 같아지게 된다. 거브너는 이 과정을 ‘주류화(main-streaming)’라고 불렀으며, 이것이 경계의 흐림(Blurring), 혼합(Blending), 왜곡(Bending) 등 3B 과정을 통해 일어난다고 보았다. 또 사람들이 텔레비전에서 본 것이 그들의 일상적 현실(또는 지각된 현실)과 일치할 때 이른바 ‘공명(resonance)’이 일어나 배양효과가 증폭된다고 했다.”

“물리적 폭력을 경험한 중시청자는 텔레비전을 시청함으로써 그것을 두 번 경험하게 되는 셈이 된다. 그래서 거브너는 상징적인 폭력의 일상적인 섭취가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가 겪었던 경험을 확대하도록 함으로써 생활환경을 더 무섭게 인식하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한다.”

“공포는 인간의 생각을 편협하게 만든다. 인간의 의식을 가장 본질적인 사실, 곧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묶어두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나운 불길이 뒤쫓아올 때 인간은 오로지 불길을 피해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밖에 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을 가리켜 ‘지각 협착(perceptual narrowing)’이라고 하는데, 공포에 의한 보수성은 바로 그런 ‘지각 협착’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공포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권위에 더욱 의존적이고 더욱 쉽게 조작당하고 통제당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도 멀어진다. 그들은 그들의 불안한 심리를 완화시켜줄 수 있는 방안이 제시되면 설사 그 방안이 매우 억압적인 것이라도 그것을 기꺼이 수용하고자 한다. 결국 사회가 보수화된다는 뜻이다.”

_ 강준만, 인물과 사상, 2015. 4., 37~4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