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나타 살레츨에 따르면, 주체의 불안은 “주체가 개인의 특징인 결여 및 사회의 특징인 적대와 특정한 방식으로 씨름하는 징후”이다.

“프로이트는 불안은 리비도의 억압이나 거세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지어 설명했다. 뒤를 이어서 라캉은 불안을 주체와 대타자 사이의 관계로 설명하면서 이를 정교화했다. 대타자란 주체가 ‘말하는 존재’로서 진입하게 되는 사회적‧상징적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이 ‘상징계’로 진입할 때 주체는 상징적 거세를 겪는다. 이 과정을 거쳐서 주체는 상징적 질서 속에서 특정한 자리를 차지하며 권력이나 지위를 얻는다. 가령 경찰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다가도 제복을 입는 순간 권력을 가진 자가 된다.”

“대타자는 주체에게 늘 불안을 유발하며 ‘대타자에게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만든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일반적인 사례로 신경증자들은 환상을 통해서 자신의 결여를 가리고자 한다. 환상이란 주체에게 일관성을 제공해주는 시나리오다. 주체가 욕망의 대상과 특정한 관계를 맺도록 해주는 것이 환상이다. 환상은 주체의 불안을 막아준다. 환상을 통해서 주체는 자기 삶이 일관적이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며 사회적 질서 또한 아무런 적대 없이 일관적이라고 인식한다. 다시 말해 환상은, 주체가 전적으로 결여를 특징으로 하며 사회는 여전히 적대를 그 특징으로 한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욕망이 있다면 불안이 있다는 말이다. 주체는 그 근원적 정서 또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을 덮을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 즉, 환상을 만들어낸다. 살레츨은 불안이 병리적 현상이지만 주체를 준비 상태로 만들어 환상의 틈으로 잔혹한 실재를 마주하게 될 때 정신적 외상을 줄여준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