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를 받는 많은 삶은 대개 수사기관이 묻는 말에 진실이든 거짓이든 또박또박 답변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마치 수사기관이 묻는 말에 반드시 답변을 해야 할 의무라도 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답변을 해야 할 의무는 그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헌법은 답변하지 아니할 권리가 기본권이고, 답변하지 않는다 하여 수사기관이 불이익한 처분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수사기관의 질문에 뭐든지 답변을 하는 데에는 ‘내가 진술을 하지 않으면 수사기관이 나를 더 의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한 이유다. 대개의 경우 실상은 정반대다. 수사기관이 자신을 부른 이유가 어차피 범죄에 대한 의심을 품고 있기 때문이므로, 진술을 하든 하지 않든 의심을 받기는 피차일반이다. 더 큰 문제는 피의자가 잘 해명을 하면 수사기관이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고 믿는 경우이다.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음을 밝힐 수 있는 분명한 증거가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이러쿵저러쿵 해명을 하다가 피의자를 다루는 데 경험이 많고 노련한 수사관에게 도리어 거짓말한 것이 들통 나 당혹해하며 스스로 실토하거나 없는 죄를 뒤집어쓰기까지 한다. … 피의자로서는 수사시관의 질문에 덜커덕 답변부터 할 것이 아니라 진술하지 않은 채 수사기관의 질문 내용을 곰곰이 들으면서 질문 속에 내포된 정보를 차근차근 분석한 뒤, 그다음에 진술을 하든 아니면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든 결정하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현명한 태도이다.”(140~142)
“이해하지 못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절대로 답변하지 말라.” “질문자가 묻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 자발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 “답변은 짧고 핵심만을 이야기하라. 긴 대화를 피하라.” “헷갈리면 모른다고 답하라. 기억이 애매하면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라고 답하라. 추측은 절대 금물이다.” “‘그것이 대화 내용의 전부입니다. 그밖에 다른 일은 없었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하지 말라. 대신 ‘그것이 제가 기억하는 전부입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렇습니다’와 같이 말하라. 기억에 대해서는 겸손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좋다.” “공손하게 예의를 갖추어라. 질문하는 검사가 당신을 거칠게 몰아 붙여도 당신만큼은 깍듯이 하라. 건방을 떨거나 적대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 재판관의 신뢰감을 잃을 수 있다.” “진실을 말할 것이라고 맹세했으므로 진실을 말하라. 당신에게 유리하지 않더라도 진실만을 말하라. 당신의 답변이 당신에게 유리할 것인가 해가 될 것인가를 헤아려보기 위해 답변을 멈추지 말라.” “질문에만 충실히 답변하고 기억력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 “긴장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라.” “질문에 답변하고 싶지 않거든 그대로 하라.” “검사와 논쟁을 벌이지 말라. 그것은 변호사가 할 일이다.” “증언을 마치고 증언대에서 내려온 후에도 당당하라.”(195~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