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 《글래어의 힘》 원서와 역서 표지를 비교하다 미감과 혐오가 교차하여 부아가 일었다. 그것은 아래와 상통한다.
“두어 달 전, 인천 동구는 괭이부리마을(김중미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로 널리 알려진 그 마을이다)에 ‘쪽방 체험관’을 만들려다 “가난을 상품화해 마을과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반발과 비난 여론으로 접었다. 그 얼마 후,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축제 주점에서는 학생들이 ‘오원춘 세트’라는 이름의 안주 메뉴를 만들어 팔다가 비난 여론 때문에 전체 축제 일정이 취소되었다. 오원춘은 2012년 한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사람이다. 비슷한 즈음, 출판사 문학동네는 김훈 에세이집 <라면을 끓이며>를 예약 구매하면 ‘마음의 허기를 채워줄 김훈 양은 냄비’를 주겠다고 홍보해 입길에 올랐다. 1800개의 냄비가 이틀 만에 동이 나 행사 취소 사태까진 갈 것도 없었지만 김훈이라는 작가의 무게감과 냄비의 대비는 많은 사람들을 생각에 잠기게 했다. 상황과 정서의 차이가 있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하나로 묶어 말하는 게 부적절하게 느껴지거나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나는 세 가지 에피소드를 보며 그것들을 관통하는 형용사 하나가 떠올랐다. ‘던적스럽다.(하는 짓이 보기에 매우 치사하고 더러운 데가 있다.)’ 그렇다. 그것은 ‘팔기 위한 던적스러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