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식 _ “서구적인 표현이지만, 로고스(Logos)와 미토스(Mythos)라는 개념으로 설명을 해볼게요. 서양에서는 로고스만으로 삶의 구석구석을 설명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었어요. 그런데 아우슈비츠 이후 로고스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삶의 여백이 조명받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용어를 차용하면 서양적인 것의 답습이 될까 우려되기도 하지만, 이런 여백을 미토스적인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제가 미술이나 음악에 관심을 갖는 건 이런 여백이 예술을 통해 표현되기 때문일 겁니다. 미토스에 대한 조명은 서구적 합리성에 대한 정면 대결이나 부정이라기보다는 로고스적인 이해의 한계를 지적하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