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통일을 했던 독일의 경우 통일 이후 지금까지 서독에서 동독으로의 이전지출은 3000조원에 육박합니다. 이것도 서독과 동독의 인구 비율이 4대 1, 동독 근로자의 생산성이 서독의 30%일 때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남북한의 인구 비율은 2대 1이며 북한의 일인당 소득은 남한의 3%가 채 되지 않습니다. 간단한 산술로 보더라도 급진통일이 우리 재정에 미칠 충격은 독일의 2.7배에 달합니다. 단기적으로는 통일비용이 편익보다 훨씬 높을 것입니다.”

“금리와 환율도 큰 충격을 받을 것입니다. 통일 전에 비해 통일 후 독일 정책 금리는 두 배가량 올랐습니다. 서독 마르크는 유럽환율메커니즘(ERM)의 중심 통화였기 때문에 안전했으나 대신 영국과 이탈리아의 화폐가치가 폭락함으로써 1992년 이 두 국가가 ERM에서 탈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국은 서독에 비해 경제력이 훨씬 약합니다. 급진통일이 진행된다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 자본은 한국 자본시장에서 대거 이탈한 후 상황을 지켜볼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원화 가치가 폭락할 수 있습니다. 금리를 올려서 이를 막고자 한다면 가계와 정부 부채 등이 뇌관이 되어 한국 경제 전체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평등지향적인 사회 규범을 가진 북한 주민은 통일이 되면 분배와 복지를 강조하는 대통령 후보와 정당에 표를 던질 것입니다. 남한의 표가 보수와 진보로 반반씩 나누어진다면 북한 주민의 표가 몰리는 방향에 따라 통일 한국의 정치 레짐이 결정된다는 말입니다. 이는 인구 비율상 독일은 경험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입니다. 역설적이게도 급진통일이 될 경우에 상당 기간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하고 의석 비율도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 현 여당이 상대적으로 급진통일을 선호하는 반면 오히려 이득을 볼 야당은 점진적 통일을 지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