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말아야 할 말은 묻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않는 군대의 규율을 철저히 따르던 우다왕에게 예기치 않은 시련이 닥치는데, 바로 장기출장을 떠난 사단장의 빈자리를 틈타 그의 젊은 아내 류롄이 그를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대혁명 당시의 어느 부대. 사단 전체를 통솔하는 수장은 자신의 성 불능을 감추고 이혼 후 젊은 간호사 출신의 류롄을 만나 재혼하지만 그들의 결혼 생활은 순조롭지 못하다. 그때 상부에서 내린 모종의 지시로 사단장의 집에 파견되어 취사와 청소를 담당하게 된 우다왕은, 뜻하지 않게 마오쩌뚱의 혁명 언어 ‘인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명제를 타락의 동력으로 자신에게 성과 애정의 봉사를 해줄 것을 강요하는 사단장의 아내 류롄을 맞닥뜨리게 된다. 처음에 우다왕은 그녀의 요구를 거부지만, 승진의 문턱에서 사단장의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되자 결국 고향에 두고 온 아내와 아이를 호강시켜주기 위해 제안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류롄과 애정행각을 벌이면서 우다왕은 점차 자신의 내면에 감춰진 욕망에 눈뜨게 되고, 육체적 사랑이 깊어질수록 두 사람 사이에는 새로운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
“내 말뜻은 매일 씻느냐는 거야.” “매일 씻습니다.” “그럼 가봐.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문구가 새겨진 그 팻말이 식탁 위에 없으면 내가 시킬 일이 있으니 위층으로 올라오라는 뜻이라는 걸 잊지 마.” 우다왕은 도망치듯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주방의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푸푸 소리를 내면서 얼굴 가득한 땀을 씻어냈다.(p.40)
그녀가 식당 입구에서 식탁 위에 놓인 나무팻말을 힐끗 쳐다보고 뭐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우다왕이 입고 있던 땀투성이 군복을 벗어 건네며 말했다. “이봐요, 이 옷 좀 빨아줘요.” 그녀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면서 한참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물었다. “뭐라고?” 그가 다시 말했다. “더워 죽겠어요. 가서 내 옷 좀 빨아달라고요.”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어투와 동작, 태도는 휴가 때 집에 돌아가 보리를 벨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p.140)
파격적이고 시적인 성애묘사로 논란의 중심에 놓였던 이 작품이 당국으로부터 금서 조치까지 받은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마오쩌둥이라는 신과 같은 존재가 내세운 혁명의 언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의 언어로 전락시킴으로써, 그의 혁명 전통을 희화화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과잉 탄압은 독자들의 오히려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작품은 중화권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