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티냐크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 딸과 사위들을 대신해 자신의 시계를 저당 잡힌 돈으로 혼자서 고리오 영감을 장사 지낸다. 암울한 비극의 울림을 갖는 소설의 이 마지막 장면은 라스티냐크가 자신의 젊음을 장사 지내는 장면이기도 하다.

“해는 넘어가고 있었고, 축축한 황혼이 신경을 자극했다. 그는 무덤을 쳐다보며 그의 청춘의 마지막 눈물을 거기에 묻었다. 순수한 영혼의 성스러운 감동에서 흘러나온 눈물, 떨어져 내린 땅으로부터 하늘에까지 튀어 오르는 그런 눈물이었다.”

페르낭 로트의 『인간극의 허구 인물 전기 사전』 에 의거해 이 인물의 일대기를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라스티냐크는 뉘싱겐 부인과의 애정 관계를 지속하면서 파리 사교계의 타락한 댄디 청년들 가운데 하나로 나태한 삶을 영위한다. 그는 정부의 남편인 뉘싱겐의 환심을 사서, 1827년에는 이 은행가가 꾸민 금융 사기극의 하수인이 되어 막대한 돈을 번다. 그는 많은 지참금을 마련하여 두 누이동생을 결혼시키고, 남동생 하나는 주교로, 매제 하나는 대사로 출세시킨다. 정계에 진출해 빠른 출세 가도를 달리던 라스티냐크는 1838년에는 자기 정부의 딸이며 막대한 재산의 상속녀인 오귀스타 드 뉘싱겐과 결혼한다. 1845년이 되면 이 야심가는 현란한 성공의 결과 백작의 작위, 프랑스 상원 의원의 신분, 법무장관의 직위, 연 수입 30만 프랑에 이르는 부 등 자신의 야망 모두를 전취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