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생애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장 참혹한 메시지는 인간에 대한 냉소가 한 인간을, 체제를, 세계를 파멸로 몰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이 가련한 인생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인간이라 불리는 이 쓰레기 더미들이란!” “나는 이제 체념을 배웠다. 인간이라는 사기꾼에 대한 끝없는 멸시를 배웠다.” “인간은 한 무더기의 오물이다.” 그의 일기 곳곳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표현들은 괴벨스를 밀고 나간 근원적인 힘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사회에서 절망한 젊은이는 좌절하고 절망하고 분노를 키우다가 급기야는 인간에 대한 극도의 냉소를 갖게 된다. 그리고는 그것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국가와 동일시되는 민족이라는 허구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의 지도자에게 자신의 몸을 던지는 것이다. 괴벨스에 있어서나 그의 선동을 따라간 독일인들에 있어서나 열광의 뿌리는 뜻밖에도 좌절에서 번져 나온 냉소였다. 이러한 냉소와 열광의 기이한 합치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강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