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과 재채기에 관한 아리스토텔레스와 제자의 문답 내용이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왜 불에서 나오는 열은 재채기를 유발하지 않는데, 태양열은 재채기를 유발하냐는 제자의 질문에, 태양열은 콧속의 점성 물질을 연무처럼 분산시켜 재채기를 나오게 하지만, 불의 열은 콧물을 마르게 해 코를 간지럽혀질 일이 없고 그래서 재채기도 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현대 과학자들이 확인한 사실이 맞다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은 틀렸습니다. 재채기를 유발하는 건 태양열이 아니라 태양의 빛이니까요. 하지만 이 증상이 현대인들에게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는 건 아리스토텔레서의 기록을 봐도 알 수 있습니다.

1950년대 프랑스의 세당(Sedan)이라는 이름의 안과 의사가 빛에 노출되면 재채기가 나오는 사람들의 증상에 대해 연구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의 환자들 가운데는 망막을 살펴보려고 검안경을 통해 눈에 빛을 비추면 꼭 재채기를 하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세당은 그런 환자들 여섯 명을 관찰한 결과, 이들이 실내에 있다가 햇빛이 내리쬐는 밖으로 나가거나 카메라 플래시를 보거나, 아니면 한 명은 자외선에 노출될 때도 어김없이 재채기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는 재채기는 어두운 데 있다가 밝은 데로 나갔을 때, 즉 처음 빛에 노출됐을 때만 나오고 그 다음에는 햇빛에 얼마나 오래 있든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도 적었습니다. 세당은 이런 증상에 관한 연구가 있는지 기록을 뒤져봤지만 아무 것도 찾지 못했고, 자신이 관찰한 환자 여섯 명에게 나타나는 의문의 재채기 증상은 굉장히 희귀한 사례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얼마 뒤 1964년에 에버렛(H. C. Everett)이란 의사가 신경학지에 “광반사 재채기(photic sneeze reflex)”라는 이름을 붙여 이 사례를 보고했을 때만 해도 이런 현상은 여러 차례 보고되고 확인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연구진들의 추정치로는 전 세계 인구의 17~35%가 빛에 노출되면 재채기를 합니다. 에버렛이 한 실험만 봐도 실험 대상자의 23%에서 이 증상이 발견됐으니, 네 명 당 한 명 꼴인 셈입니다.

1991년 맨체스터 대학의 병리학자 벤보우(Emyr Benbow)는 영국 안과 의학지에 한 통의 편지를 보냈습니다. 편지에는 “아주 사소한 질환, 증상이라도 이름을 붙이면 체계적인 연구로 이어지고 이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벤보우가 의미하는 증상은 바로 어두운 데 있다가 햇빛이 내리는 밖에 나가기만 하면 어김없이 재채기가 나오는 “빛에 의한 재채기(photic sneezing)”였습니다. 벤보우는 주위를 살펴본 결과 이런 증상이 꼭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증상은 에취(ACHOO) 증후군이라고도 불립니다. 에취(ACHOO)는 “Autosomal Dominant Compelling Helio-opthalmic Outburst”의 약자를 따서 만든 말인데, 직접 풀어쓰면 “태양에 눈이 노출되면 터져나오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자에 의한 증상” 쯤이 됩니다. 성염색체가 아닌 보통 염색체(상염색체) 가운데 존재하는 이 유전자는 우성이기 때문에 엄마나 아빠 중 한 명에게만 있어도 자식에게 유전되고 발현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