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겸손이란 자기 자신을 아예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성격에 대해 특정한 형태의 의견(즉, 낮은 평가)을 갖는 것라고 생각하게 만들라구. 환자도 물론 몇 가지 재능쯤은 가지고 있겠지. ‘겸손이란 내 재능의 가치를 내가 실제로 믿고 있는 수준보다 낮제 보려고 애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마음속에 꼭꼭 받아 주거라.”

2. ”정말 중요한 건 어떤 자질에 대한 진실보다 평가를 더 중요시하게 함으로써, 미덕의 싹이 나타나는 족족 거짓과 가식의 요소를 그 중심에 주입하는 것이지. 이 방법을 통해 수천 명에 이르는 인간들이 ‘겸손이란 아름다운 여자가 스스로 못난이라고 믿으려고 애쓰며, 명석한 남자가 스스로 멍청이라고 믿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래서 뻔히 사실과 다른 걸 믿으려고 애들을 쓰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런 시도가 성공할 리가 있나. 게다가 우린 인간이 이렇게 불가능한 일을 해 보려고 노력하는 사이에 끊임없이 저 자신만 생각하도록 붙들어 둘 기회를 얻을 수 있지.”

2. “따라서 원수는 인간이 ‘나의 가치’라는 주제에 마음을 두지 않게 하려고 총력을 기울일 게다. 그는 인간이 자신을 별 볼일 없는 건축가나 시인으로 폄하하려고 애쓰느라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다는, 차라리 자신을 위대한 건축가나 위대한 시인으로 생각한 다음 그에 대해 잊어버리는 편을 더 좋아할 거라구. … 명예의 전당에서 자신의 서열이 정확히 몇 번째쯤 되는지 굳이 생각해 놓지 않아도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는 데엔 지장이 없다는 거지. 너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환자가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 겸손은 타인의 평가에 의거한 자아의 위계를 폐기하고, 타인의 필요에 입각해 자아의 경계를 확장하는 내면의 성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