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신 영욕의 삶을 살았던 게오르그 루카치는 “분열은 철학의 필요의 원천”이라는 헤겔의 말을 진전시켜 “삶의 형식으로서뿐만 아니라 문학의 형식을 규정하고, 또 그 내용을 부여하는 것으로서의 철학이란, 언제나 내부와 외부 사이의 균열을 말해주는 하나의 징후이며, 또 자아와 세계가 본질적으로 서로 다르고 영혼과 행위가 서로 일치하지 않음을 말해주는 하나의 표지”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그리스 시대가 그러한 분열이 없던 행복한 시대라 진단하나, 엄밀하게 말하면 그는 착각한 것이다. 고전 시대의 진정한 행복은 인간의 형이상학적 본성이 여전히 꿈틀거리던 그리스가 아니라 [물음이 없는 단순한 세상인] 로마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강유원, 2004: 46~47).

“이런 사건[스페인 내전]에 참여하게 되면 미약하나마 스스로 역사를 만드는 셈이 되니 의당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가 못하다. 그런 상황에서는 자잘한 물리적 일들이 늘 다른 모든 것을 짓누르기 때문이다.” … 이 말은 상황에 즉해 있는 자의 한계를 보여 준다. … 역사적 현장에 가담한 지식인들은 의도적으로라도 분열된 자아를 가지고서, 자신이 처해 있는 물리적 상황과 그 상황이 가진 역사적 의의를 동시에 통찰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강유원, 2003: 243~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