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메타심리학적 틀은 지형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무의식, 의식, 전의식’의 틀이 첫 번째 시기의 것이고, 1920년대 초기에 새로이 도입된 모델 ‘이드, 자아, 초자아’의 체계가 두 번째 시기의 것이다. 첫 번째 시기의 지형학에서는 쾌락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유동하는 정신적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는 무의식과, 현실원칙에 따라 에너지를 구속하고 통제함으로써 형성되는 의식의 구분이, 그리고 각각의 작동방식에 대한 해명이 중요한 요소였다. 이에 비해 두 번째 지형학에서는, ‘이드, 자아, 초자아’로 구분되어 있는 정신의 세 요소의 상호작용과 역학관계가 좀 더 중요한 것으로 부각된다. 단순화시켜 말하자면,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힘의 저장고로서 이드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재판관처럼 자아를 감시하고 압박하는 초자아가 있다.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 서로 다른 방향에서 밀려오는 이 두 개의 난폭한 힘을 제어하고 방어하여 현실에 맞게 순화시키는 기능을 하는 것이 자아이다. 이 세 영역의 상호관계와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었던 것이 두 번째 시기의 지형학이다.

_ 서영채, 인문학 개념정원, 문학동네, 2013, 3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