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수양제>> 첫 문단은 이렇다: “수양제라고 하면 누구나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중국 역사에서 보기 드물 정로의 음란하고 포학한 군주, 먼 옛날 은殷 나라의 주왕紂王이 살아 돌아온 듯한 천자天子일 것 같다. 그도 어느 정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수양제가 근본부터 악한 인물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아주 평범하면서도 동시에 여러 가지 약점을 지닌 인간이었다. 그를 둘러싼 시대 환경은 사회 자체에 아무런 이상理想도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각자 다투면서 권력을 숭배하고 추구하며 남용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환경에서는 평범한 군주일수록 큰 과실을 범하기 쉽다. 이런 까닭에 이 시기에는 음란하고 포학한 천자가 수양제 외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등장했다. 말하자면 난폭한 천자의 예사스런 등장이 시대 풍조였다. 수양제는 그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했다. 실로 무서운 세상이었다.”

수양제에 대비되는 당태종 이세민은 “당시로서는 이른바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었다. …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란 기존의 구세력 위에 쉽게 편승하여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그 세력을 이용하는 능력밖에 없는 인간들과는 다르게,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국면을 타개하려 했던 사람을 가리킨다.”(226-227쪽)

에드워드 슐츠의 <<무신과 문신>>에 따르면 “최씨 정권의 치명적 결함은 문신과 유교를 육성했지만 자신의 체제를 위한 새로운 이념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일본은 중국의 모형과 다른 전통을 실험하면서 제도의 일부를 근본적으로 계속 개선한 반면 한국은 많은 부분에서 끝내 중국의 모형으로 되돌아갔다.”

* “체제는 무형의 이념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공화주의를 강조하였을 것이다. 이로써 <<군주론>>과 <<로마사 논고>>는 짝을 이루는 텍스트들이 된다.”(강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