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구성주의는 초기의 문제점들을 일부 보완하면서 ‘완성된 산물로서의 과학 지식’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과정으로서의 과학 활동’에 보다 주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특히 실험 행위, 실험을 위한 기구, 그리고 실험실에 관한 새롭고 흥미로운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해리 콜린스Harry Collins가 분석한 중력파 논쟁의 사례를 통해 이를 살펴보자. 중력파란 마치 열을 지닌 물체가 빛이라는 파동을 방출하듯이, 무거운 중력을 가진 물체가 방출하는 파동을 일컫는다. 이의 관측은 우주 안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별이나 암흑 물질의 존재를 입증하는데 중요한 실험 자료가 된다. 과학사를 통해 보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이의 존재를 처음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 실험을 통한 이의 검출은 계속 실패만 거듭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중력파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였고, 일부 과학자들만이 그 크기가 너무 약해 탐지가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던 중 조셉 웨버Joseph Weber라는 물리학자가 중력파를 발견했다고 공표하였고, 곧바로 열 개의 서로 다른 실험자 그룹이 이를 검증하기 위한 재현 실험에 착수하였다. 그러나 재현 실험에서 중력파는 결국 검출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웨버의 주장이 틀렸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이 그룹들이 웨버 뿐 아니라 상호 간에 각기 서로 다른 검출 장치를 만들어 실험하였음에도, 어떻게 웨버의 결론이 틀렸다고 공통으로 주장할 수 있었는가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구성주의자인 콜린스는 서로 분명이 다른 실험인데도 이를 동일한 것으로 조정해 가는 어떤 ‘사회적 협상’이 과학자들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하였다. 중력파의 성격, 중력파 실험의 타당성 범위 등에 관한 과학자들 사이의 어떤 ‘합의’가 있었고, 이것이 결국 과학지식의 형성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한편 또 다른 흥미로운 문제도 제기됐다. 중력파를 발견하기 위한 중력파 검출기가 훌륭한지 그렇지 않은지는 그것을 통해 중력파를 관측할 때까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도 중력파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신호가 중력파인지 알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관측 후에도 그 검출기가 잘 작동했는지를 알 수 없게 된다. 결국 난처한 순환적 상황에 처하게 된다. ‘실험자의 회귀’라고 불린 이 상황은, 그러나 실제로 실험실에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이 순환이 무한히 진행되지 않고 어느 지점에서 멈추었기 때문이다. 콜린스는 이를 사회적 협상에 의한 멈춤이라고 본다. 실제로 현대 과학에서의 실험 상황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과학 활동에 사회적 협상과 같은 요소들이 위와 같은 방식으로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콜린스의 생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