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과 사회(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STS)’를 연구하는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인간은 외부 세상을 새롭게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외부 세상을 바꾼다. 바뀐 지식과 세계는 인간을 바꾼다.” 나라는 한 인간의 본질이나 본성은 내 피부가 만든 3차원의 경계 안에 존재하는 그 무엇이 아니라, 내가 맺는 관계의 총합이다. 그 관계 중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관계나 권력관계도 있지만, 사람과 사물 사이의 관계도 존재한다. 내가 컴퓨터가 없이는 글을 쓸 수 없다면, 컴퓨터는 이미 나의 마음의 일부가 된 것이다. 내가 전기 에너지가 없이 살아갈 수 없다면, 전기 에너지는 나의 주체성을 구성하는 일부이다. 따라서 인간에 대한 이해는 자연과 기술 사회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것이고, 자연과 기술 사회에 대한 이해는 인간이 맺는 관계망을 확장함으로써 인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에 접목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맺는 관계의 총집합이 바뀌고, 이는 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와 내가 참여하는 실천의 영역이 새롭게 정의 된다. 나는 세계를 만들고, 세계는 나를 구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