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적으로 소련 체제의 몰락을 명료하게 주장한 사람으로는 에마뉘엘 토드라는 프랑스 학자를 들 수 있다. 그는 1976년에 ‘최종 붕괴(Chute Finale)’라는 저서에서 소련은 돌이킬 수 없는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고 단정적으로 주장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각종 인구 통계수치를 분석해서 그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사실 통계수치를 보면 소련이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었다. 출산율 감소로 인구 증가 추세가 멈추고 조만간 심각한 인구 위기에 내몰릴 것이 분명했다. 기대수명의 하락은 가장 충격적인 지표 중 하나다. 1965년 남성의 출생 시 평균 기대수명이 65세였다가 1980년에 61세로 하락했는데, 산업화한 국가 중 기대수명이 떨어진 나라로는 소련이 유일하다. 모든 아이들에 대한 예방접종은 러시아혁명 직후인 1930, 40년대에는 가능했으나 오히려 1960, 70년대에 와서 불가능해졌다. 그 결과 유아사망률은 1970년대에 1000명당 30명에 달했는데, 같은 시기에 프랑스의 경우에는 8명에 불과했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신생아 출산은 연 500만 명이 채 안 되는 반면 낙태는 800만 건이 넘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알코올 의존증은 망국병 수준이었다. 교통사고의 60%, 강간·살인의 80%가 술과 관련이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이 수치는 1980년대로 가면 90%까지 치솟았다.”(주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