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정신이다. 그런데 정신은 무엇인가? 정신은 자기이다. 그러면 자기는 무엇인가? 자기는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관계이며 또는 그 관계 안에서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관계이다. 자기는 관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관계하는 관계이다.”(키에르케고어)

<죽음에 이르는 병> 서론. 일견 비문으로 여겨지는 “관계하는 관계”는 관계들의 관계, 다시 말해 관계의 네트워크를 의미하지 않을까. “자기는 서로 다른 요소, 즉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 육체와 정신, 유한한 것과 무한한 것,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종합”이다. 자기를 이루는 이 요소들은 서로 긴장 관계를 유지한다. 이 요소들이 온전하게 종합을 이룬다면 인간은 자기 자신이 되지만 종합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종합이 잘못된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자기는 무너진다. 긴장이 무너져 불균형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장애, 병이 바로 “절망”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절망은 어떤 감정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이탈, 자신이 되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 “절망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교만을 버리고 자기를 “세운 힘”인 하느님에게 의지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이 되기를 소망하는 것, 즉 하느님을 신앙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