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칸트파 마르크스주의자 가운데서 자본주의에 대한 인식의 느슨함을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 말을 아나키스트(어소시에이셔니스트)에 대해서도 할 수 있다. 그들의 윤리성이나 자유 감각은 칭찬할 만하다. 그러나 거기에 인간을 강제하는 사회적 관계의 힘에 대한 논리적 파악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때문에 그들의 시도는 항상 무력하고 비극적으로 끝난다(柄谷行人, 2001[2005]: 17).”

2. “마을공동체라고 하면 긴밀하고 친화력이 있는 집단처럼 보인다. 그러나 오래 전에 기다 미노루라는 필명으로 <미치광이 부락 주유 기행>(1948)이라는 책을 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프랑스에서 공부한 인류학자였다. 이 책은 차별적인 단어를 쓴 제목 때문에 한때 배척되기도 했지만 한 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책은 그저 평범한 일본의 농촌을 우주인이 처음으로 보는 것처럼 관찰한 것이다. 그 중에서 인상에 남는 것은 농민 사이에 우정이라 할 만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우정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바로 그 ‘자기’가 없는 것이다. 중심은 ‘사회’고, 그들은 그것을 무서워한다. 그러므로 그들은 고립을 두려워해 사이 좋게 지내지만 그것은 겉으로만 그럴 뿐이다. 근본적으로는 이기주의적인데도 ’자기(에고)’는 없다(柄谷行人, 2000[2001]: 29).”

3. 자아의 위계에서 경계로의 전환을 통해 역설이 해명되었다. ‘도덕감정’(혹은 윤리) 비판에 머물러 있던 이론적 교착상태에서 CP는 이전의 사유를 재전유함으로써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