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인의 삶, 56인의 넋: 이들은 유독 감동적인 스토리의 주인공이 아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머니 수술비를 위해, 홀로 되어 ‘살길을 찾아’ 시리고 힘들다는 해군에 지원”한 장병들의 전형적인 초상이다.
“남기훈 상사(36): 군 생활 중 정보처리 기사 등 자격증 7개를 딸 정도의 노력가였다. 박봉으로 부친과 형의 병원비를 감당하고, 결혼 4주년 기념으로 직접 수놓은 십자수를 아내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김종헌 중사(34): 고등학교 3학년 때 부모를 교통사고로 잃고 두 동생의 진학을 위해 자신은 대학을 포기했다. 동생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했다. 해군에서 내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던 그는 충무공이순신함장 등 표창을 다수 받았다. 결혼 7년 만에 얻은 아들이 겨우 갓 돌을 지났다.”
“최정환 중사(32): 지난해 결혼해 딸을 낳았다. 어린 딸이 크는 것을 자주 보고 싶다며 육상 근무를 지원한 상태에서 변을 당했다.”
“박경수 중사(29): 2002년 6월 제2 연평해전에서 총상을 입었으나 이를 의식하지도 못한 채 싸웠다. 국무총리 전투유공 표창을 받고 ‘용사’ ‘영웅’으로 불렸다. 그러나 해전 이후 전역까지 생각했다. 딸을 보며 공포를 극복하고 다시 천안함에 올랐다. 2004년 혼인신고만 마친 부인과 이번 훈련 뒤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문영욱 하사(23): 식당일을 하는 홀어머니와 함께 어렵게 생계를 꾸려왔다. 2007년 9월 홀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혈혈단신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을 다녔다. 그러나 “살길을 찾겠다”며 휴학하고 2008년 4월 해군에 지원했다.”
“김동진 하사(19): 뇌종양이었던 어머니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해군에 입대했다. 그러면서도 적은 월급을 쪼개 매달 유니세프와 복지관에 기부하고 봉사활동에까지 참여했다.”
“이상민 병장(21): 청각장애가 있는 아버지와 정신지체 3급의 큰누나에게 특히 잘했다. 월급은 쓰지 않고 부모님 통장에 모두 넣어드렸다.”
“김선명 상병(21): 산업체의 기능요원으로 뽑혀 군 면제가 가능했지만 현역을 지원했다. 공고를 졸업한 후 어렵사리 모은 600만원은 결국 써보지 못했다. 중학교 때 여읜 어머니 기일에 맞춰 휴가를 조정하는 등 가족을 우선했다.”
“나현민 일병(20): 처음엔 불평했지만 최근에는 잘 적응하는 중이었다. 도시락을 직접 준비해 다니면서 봉사활동을 다녔던 나 일병은 제대 후 대학 입시를 준비해 수학과에 가겠다고 했다.”
“정태준 이병(20): 대학 전기과 1학년 재학 중일 때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다. 종양 제거 수술에 돈이 많이 들어 휴학하고 입대했다. 3월 초 100일 휴가를 나가 그동안 모은 월급을 부모에게 드렸다. 배멀미가 있어 고생하면서도 가족에게는 내색하지 않는 장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