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불행에 연민을 갖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자신과 관련한 불행엔 오히려 더 예민한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를테면 불행한 일을 당한 사람에게 잔인한 말로 상처를 주는 사람에게 당신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겠냐 반문하면 재수없는 소리 말라며 길길이 날뛰는 것이다. 연민의 결핍은 흔히 생각하듯 감정과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능력의 문제다.”(김규항)

타인의 고통에 무감한 까닭은 ‘고통’을 경시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다른 이를 돌볼 여력의 결핍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엔도 슈샤쿠의 <내가 버린 여자>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