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곁 담벼락은 튼튼한 돌담이긴 하지만 높이가 허리까지도 안 오고 그 아래쪽은 아뜩한 벼랑이니 굳이 다가갈 생각은 안 난다. 그런데 그 담이 끝나는 지점쯤에 눈에 뜨이지 않는 조그만 팻말이 하나 서있었다. 가로 60㎝ 세로 20㎝센티쯤 되는 하얀 판을 봉(棒) 하나에 꽂아 세우고, 그 작은 팻말에 까만색 단정한 글씨로 또박또박 날개 대여라고 쓰여 있다. … “날개 대여”라니! 시뻘건 글씨로 “추락 주의!”라고 아무리 커다랗게 써 붙여도 모자랄 지점이었다. 그러나 눈 달린 사람이면 한 걸음도 더 가진 않을 곳이었다. 그런 위태로움을 두고 경고도 않고, 겁도 주지 않고, 어쩌다 거기까지 오게 된 사람에게 “날개 대여”라고 나직한 목소리로, 그래도 주의하라 말하는 그 여유와 신뢰가 얼마나 놀랍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