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질적으로 다툼의 대상인 모든 개념들이 그렇듯이 무엇보다 실재론의 복잡성은 혼동의 결과가 아니다. (중략) 실재론의 개념은 확실히 평가적이다. (중략) 실재론의 개념이 본질적으로 다툼의 대상이라면 마음과 무관한 객체의 존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 태도, 진정 지식을 의심하지는 않으나 형이상학의 가능성은 의심하는 회의적 태도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런 태도는 철저하게 수사학적인 과학관, 즉 지식은 설득과 의견일치의 문제라고 보는 관점에 적합하겠다. (중략) 수사학자들한테 과학은 직업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일치를 획득한 언설들의 통일성있는 네트워크다. [다시 말해,] 과학의 진리를 사실과 실재의 들어맞음이라기 보다는 일정한 범위의 언설들이 지닌 통일성에 대한 의견일치로 여긴다면, 개념 변화의 정당화도 그것이 실재에 얼마나 더 근접했는지에 토대를 둘 필요는 없어진다. 그보다 과학의 진리는 … 설득과정의 자연스런 결과이며, 잠재적으로 분열적인 언설들은 계속 유입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의견일치를 만들어내려는 끊없는 노력의 자연스런 결과이다. (중략) 과학은 진리의 문제라기 보다는 세계 구성의 문제다. 발견되기만을 기다리는 ‘이미 만들어진 세계’는 존재하지 않기에, 새로운 세계는 옛 세계에서 가져와 건설할 수밖에 없다. 구성이란 언제나 전통이 인정하는 방법에 크게 의존하는 재구성이다(Gross, 2007).”

2. ”[급진적 과학수사학자인] 그로스의 과학수사학은 ‘지식의 민주주의’에 닿아 있다. 그는 과학도 역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본질상 다른 지식이나 담론과 마찬가지로 설득과 합의에 의해 지식을 구성하므로, 과학수사학은 과학의 이런 성격을 분석하여 과학 지식이 지닌 인식론적 절대 우위, 또는 지식의 특권을 해체하는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오철우,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