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박람회는 상품의 교환가치를 미화한다. 박람회는 상품의 사용가치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하나의 틀을 형성하는 것이다. 박람회는 어떤 판타스마고리아를 열어 보여주는데, 사람들은 정신을 분산시켜 즐기기 위해 판타스마고리아 속으로 들어선다.”(발터 벤야민)

“환영이라는 뜻의 ‘판타스마’에서 유래하는 판타스마고리아의 원래 의미는 18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명된 환등기의 투사 이미지, 즉 환(등)상을 지칭한다. … ‘상품-아케이드-메트로폴리스’ 전체가 판타스마고리아의 속성을 지녔으므로 벤야민에게는 자본주의적 모더니티의 절정인 19세기의 파리 역시 판타스마고리아의 수도로 비쳤을 것이다. 벤야민은 이런 판타스마고리아의 수도 사이를 혼자 천천히 산책하며 아케이드 상점의 유리 진열장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고, 그런 모더니티의 파편들을 모자이크처럼 하나로 결집하려는 야심찬 저술을 계획하고 있었다.”(이덕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