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번에 가장 어려웠던 항로는.
A. “지난 2월2일 통과한 케이프 혼이다. 케이프혼 해역은 남극해 구간으로 추운 날씨에 연중 거센 바람과 높은 파도로 인해 바다의 에베레스트, 선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이 지역을 통과한 이들에게는 ‘케이프호너’이라는 명예의 호칭이 주어진다. 최대풍속 50노트(kn)의 돌풍과 파고 7m의 높은 파도와 싸워야 했다. 거대한 파도가 덮쳐 요트가 두 번 뒤집어졌다. 요트 밑바닥에 매달려 균형을 잡아주고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장치(발라스트 킬)가 없었다면 배는 침몰하고 말았을 것이다.”
Q. 언제가 가장 위험했나.
A. “광란의 위도, 울부짖는 50도, 비명의 60도라는 별명이 붙은 남극해다. 떠내려 오는 유빙(流氷)이 지뢰처럼 깔려 있다. 포틀랜드 제도에 있는 사우스조지아섬 인근을 지날 때는 폭 30m 정도의 집채만 한 빙하가 옆으로 지나가는 것을 발견했다. 작은 빙하라도 한번 부딪치면 끝장이다. 순식간 죽음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빙하를 피하느라 며칠 동안 뜬 눈으로 밤을 샜다.”
Q. 바람이 잠잠해야 좋은 것인가.
A. “반대다. 바람이 부는 날엔 앞으로 속도감 있게 전진할 수 있어서 좋다. 오히려 잠잠한 날이 어렵다. 이런 날엔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한다. 폭풍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적도 인근의 무풍(無風)지대다. 바람에만 의지해 항해하는 배에 무풍지대는 지옥이다.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17시간 동안 바람 한 점 없어 닻을 내리고 뙤약볕 아래서 무작정 기다려야만 한다.”
* 무동력, 무기항, 무원조 세계일주(2014. 10. 18. ~ 2015. 5. 16.) _ 아라파니호 김승진 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