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의 아버지는 오르막길을 걸어 출세한 사람이었다. 하녀 출신 어머니에게서 사생아로 태어나 상당한 지위의 공무원이 되어 존경과 명예를 얻고 죽었다. 아들은 내리막길로 시작하였다. 실업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미술 아카데미 입학시험에도 떨어진 뒤 열여덟 살에서 스물다섯 살까지 처음에는 빈, 이어서 뮌헨에서 직업도 없고 딱히 바라는 것도 없이 젊은 연금생활자로서 보헤미안의 삶을 살았다. 고아 연금과, 이따금 그림을 팔아 번 돈으로 겨우 연명하였다.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그는 바이에른 연대에 자원입대하였다. 이후 4년을 전선에서 보냈는데, 그 기간에 용감하게 싸워서 두 등급의 철십자 훈장을 받았다. 그러니까 훈장을 한 개도 아니고 두 개나 받은 것이다. 하지만 지휘 능력이 부족한 탓에 상사 이상 진급하지는 못했다. 그가 독가스 부상으로 고향의 야전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난 다음 그는 1년 동안 ‘병영 거주자’로 지냈다. 직업에 대한 계획이나 전망은 여전히 없었다. 이제 서른 살이었다. 1919년 서른 살 가을에 그는 어떤 소규모 극우파 정당에 가입하여 곧 주도권을 쥐게 되었다. 그로써 정치 경력이 시작되었으며, 마지막에는 역사적 인물이 되었다. 히틀러는 1889년 4월 20일에 태어나 1945년 4월 30일에 죽었으니 정확히 56년을 살았다. 통상적인 평균수명보다 짧은 생애였다. 생애 전반 30년과 그 뒤 26년 사이에는 무어라 설명할 길이 없는 심연이 놓인 것처럼 보인다. 30년 동안 무엇 하나 변변치 않은 실패자였다. 그런 다음 갑작스럽게 지방의 유명 정치가가 되는가 싶더니 마지막에는 전 세계의 정치를 뒤흔드는 인물이 되었다. 두 경력이 서로 어울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