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계급의 이념은 어떻게 지배 이념이 되는가. “그람시에 따르면, 역사적 블록은 [과거와 미래의 접점인] 현재의 사회질서와 발전형태를 합리화하고 정당화하는 선별된 전통으로서, 공간적으로 복합적인 관계의 총체일 뿐 아니라 시간적으로는 장기적인 연속성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역사적 블록을 변혁하려는 투쟁은 단시일에 ‘전방의 참호’를 제압하는 기동전(war of maneuver)이 아니라 장기간에 ‘후방의 포대’를 포섭하는 진지전(war of position)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역사적 블록의 조정을 통해 헤게모니를 (재)구축하는 일련의 과정은 반드시 진지전의 형태를 갖게 되는데, 그람시에 의하면 이러한 진지전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파시즘이었다(Gramsci, 1999: 15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