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교육고전으로서 꼭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그것은 플라톤의 대화편 <국가론>과 루소의 교육론적 소설 <에밀> 두 권이다. 두 책은 모두 인간과 그 사회(즉 국가)는 교육에 기원을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이 없다면 인간도 그 사회도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 이 책의 첫 구절은 자연의 찬미로 시작된다. ‘조물주의 손이 닿은 것이면 무엇이든 선하다. 그러나 인간의 손이 닿으면 무엇이든 타락한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 루소는 자연 속에서의 교육, ‘자연을 따르는 교육’을 역설하지만 이것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곧 루소가 말하는 교육은 문자 그대로 ‘자연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일’이라는 오해가 그것이다. 인간은 이미 오래전에 문명이라는 다리를 건넜고, 이 다리는 한 번 건넌 이상 되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루소 자신도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명 파괴를 외치면서 우리의 아이들을 원시자연 속으로 돌려보낼 수도 없고(그런 ‘원시자연’은 이미 없다), 위선으로 가득 찬 사회문명 속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비열한 ‘부르주아의 삶’을 계속하도록, 그것을 ‘더 잘 살도록’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것이 에밀을 읽는 독자가 관심을 집중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