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중의 펠릭스>에는 윌리엄 켄트리지가 ‘난디(Nandi)’라고 부르는 인물이 등장한다. 관능적이면서 동시에 위엄을 갖춘 아프리카 여성이다. 망명 중의 고독한 방에서 펠릭스는 고향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자신이 아니라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난디다. 그 뒤로 펼쳐진 고향은 수많은 시체가 누워 있는 황량함으로 가득 찬 풍경이다. 고향 땅에서 횡행하는 폭력을 펠릭스는 그저 망명지의 좁은 방에서 거울 너머로 바라볼 따름이다. 결국 난디는 어딘가에서 날아온 총탄을 맞아 쓰러진다. 비통한 푸른 색 물이 흘러 넘쳐 풍경을 가득 채우고 펠릭스는 물 속에 우두커니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