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자들이 고정되고 안정적이라고 믿는 사물이나 관념이 실제로는 유동적이며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소수자의 눈에는 들어 온다. 디아스포라는 다수자가 근원적이라고 믿고 있는 것들 조차 실은 관계의 산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닫는다.” “그렇다고는 해도 나는 ‘우리’(여기에서는 ‘조선민족’이라고 바꿔 말해도 상관 없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우리’에서 한발 나아가 ‘지구인, 세계인’ 같은 말로 자신의 존재를 추상화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를 어떤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인 여러 조건으로 규정된 ‘콘텍스트’로서 이해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다. 우리들은 언어나 미의식, 나아가 ‘혈통의 공통성’과 같은 상상으로 뒷받침되는 ‘우리’가 아니라, 근대사의 과정 속에서 식민지 지배를 경험하고 지금도 분단과 이산이라는 현실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인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것은 새로운 ‘우리’를 형성하고 싶다고 바라기 때문이다.” _ 서경식, 2016.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