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빌린 패러독스. 1)아무도 원하지 않는 애빌린으로 여행하는 것, 2)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대세에 묻어가는 것, 3)누구도 동의하지 않은 합의
제리 하비 교수의 실화.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그는 모처럼 아내와 처가를 방문해 음료수를 마시며 도미노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장인이 “우리 애빌린에 가서 외식이나 할까?”라고 제안한다. 아내는 “괜찮은 생각”이라 했고, 하비 교수 자신도 왕복 170킬로미터를 운전하는 게 내키지 않았지만 “장모님이 가시면” 하고 동의했다. 장모 역시 “애빌린에 가본 지 꽤 됐는데 잘됐네”라고 찬성했다. 섭씨 40도의 날씨, 16년 된 고물차 안은 너무 더웠다. 길은 얼마나 험한지 가는 내내 먼지바람에 콜록거려야 했다. 기대했던 스테이크도 그저 그랬다. 지칠 대로 지쳐 다시 집에 돌아오고 나니 어두컴컴한 밤. 장모가 “집에 있고 싶었는데 애빌린에 가자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따라 나섰다”고 투덜거렸다. 하비는 “나도 다른 사람들이 원해서”라 말했고, 아내도 “이렇게 더운 날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장인이 입을 열었다. “그냥 모두 따분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결국 아무도 원하지 않았는데 모두가 애빌린에 다녀온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애빌린 패러독스’다.
_ 거짓된 합의 이후의 수순: 하향 평준하, 에이스들의 이탈, 그리고 조직의 붕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