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한 가지를 제대로 잘 하면 다른 것도 잘한다는 말도 있다. 이것을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다른 모든 것이라기보다는 적어도 ‘근접 영역(proximal zone)’을 잘한다는 것이 더 맞다. 마치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처럼 말이다. 여기서 근접 분야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근접의 개념과는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엉뚱한 분야라고 보일 수도 있지만 장인들은 자신의 일을 놓치지 않는 한에서 자신의 일에 도움이 될 만한 분야로 일을 확장해 갔다. 예를 들어, 한복 장인이 가죽을 다룬다면 어떤가? 주조 장인이 플라스틱을 연구한다면 어떤가?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완전히 다른 분야들이다. 그러나 실제로 한복 장인은 가죽 한복을 만들었고 주조 장인은 플라스틱 사출로 분야를 확대하여 자동자 제조에 이용하였다. 따라서 다기능과 통섭, 또는 융복합이 처음부터 여러 분야를 섭렵하여 단순히 합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그래서는 창조는커녕 죽도 밥도 안 된다. 자신의 분야를 깊게 파고 그것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넓이를 확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