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게넵은 전이의례를 가리켜 ‘리미널’(liminal)한 의례, 즉 ‘임계적인’ 의례라고 지칭한다. ‘리미널’이란 말은 ‘문지방’을 뜻하는 라틴어 ‘리멘’(limen)에서 파생된 말이다. 문지방, 즉 ‘리멘’은 집의 내부와 외부를 구분하거나 방과 방 사이를 구분하는 경계선이다. 문지방을 넘었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 이전의 공간과는 다른 공간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례의 과정』에서 빅터 터너(1920~83)는 이러한 통과의례의 성격을 자세히 분석하여, 이로부터 얻어진 결과를 사회학적인 모든 현상에 일반화하여 적용한 학자이다. 그는 통과의례의 전이단계의 상태를 가리켜, ‘리멘의 상태’라는 의미에서, ‘리미널리티’(liminality)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리미널리티’의 공간은 구조화되지 않은 ‘익명의 무차별적 공동체’를 형성한다. 터너는 이러한 공동체에 대해 라틴어 표현인 ‘콤무니타스’(communitas)라는 말을 사용한다. 터너에게 사회, 즉 ‘소시에타스’(societas)는 ‘구조’(structure)와 ‘콤무니타스’의 변증법에 의해 정의된다. 마치 개인이 일생의 중요한 계기에서 통과의례를 거치듯이, 사회 또한 구조에서 ‘콤무니타스’로, 다시 ‘콤무니타스’에서 구조로 이행하는 통과의례를 거친다는 것이다. 모든 사회 구조는 ‘구조의 틈’을 가지고 있으며, 이 틈새야말로 사회를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일차적으로 탐구해야 할 장소인 것이다.”

터너는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의 말을 빌어서, 구조는 규범적이고 제한적인 ‘닫힌 도덕성’으로 유지되지만, ‘콤무니타스’는 자연스러운 ‘열린 도덕성’을 표상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사회의 주변부에 사는 사람들의 절망이 불러일으키는 종교적인 ‘천년왕국운동’ 또한 대표적인 ‘콤무니타스’이다. 보통 ‘사이비 종교’라는 부정적인 언어로 표상되는 그들의 공동체는 천년왕국이 도래하기를 기원하면서 ‘동질성, 평등성, 익명성, 사유재산의 포기, 사회적 지위의 제거, 종교적인 가치의 극대화, 예언자와 지도자에 대한 절대적 복종’을 실현한다. 여기에서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모든 차이와 차별이 제거되며, 극대화된 도덕성이나 극대화된 비도덕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빅터 터너는 아프리카 잠비아의 ‘응뎀부’족의 의례를 분석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감추어진 것이야말로 위험하고 해로운 것이다. 그러므로 불길한 상황에 이름을 붙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러한 상황을 반쯤은 제거한 것이다.” 터너에게 ‘콤무니타스’는 폐쇄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망각하고 억압하고 배제한 것들의 저장소이다.

_ 이창익, 빅터 터너(Victor W. Turner): 『의례의 과정』(The Ritual Proc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