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 EMH)은 한마디로 효율적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자산의 가격, 특히 주식 값은 이미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all available information)를 반영하고 있다는 이론이다. 이런 시장에서 가격은 자산 가치를 충실히 반영한다. 그 가격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정보가 나올 때만 움직인다.”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가장 적절히 활용한다는 걸 강조한다는 점에서 효율적 시장 가설의 뿌리는 합리적 기대(rational expectations) 이론과 같다. 효율적 시장에 관한 이론은 1960년대 이후 40여 년 동안 금융경제학의 가장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2009년 12월 94세를 일기로 타계한 폴 사뮤엘슨(Paul Samuelson, MIT)이 가꾼 토양에 24세 연하의 유진 파마(Eugene Fama, 시카고대)가 꽃을 피웠다. 완벽하게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아무도 내일 주가를 알 수 없다. 오늘 주가를 움직일 정보는 이미 오늘 주가에 모두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내일 주가는 내일 뉴스에 따라 움직인다. (내일 뉴스를 오늘 알 수 있다면 그건 이미 뉴스가 아니다.) 그래서 주가는 술 취한 카푸친 씨의 걸음처럼 랜덤 워크(random walk)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시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전문투자자도 늘 시장을 이기지는 못한다. 몇 차례 시장을 이겼다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다. 효율적인 시장은 아무에게도 시장평균보다 높은 리스크를 안지 않으면서 시장평균을 웃도는 수익률을 올리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효율적시장가설 지지자들은 펀드매니저들의 종목 선정 실력이 침팬지보다 나을 게 없다며 모욕을 준다.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차라리 시장평균 수익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index fund)에 들라고 권한다. 하지만 1977~1990년 피델리티 마젤란 펀드(Fidelity Magellan Fund)를 맡아 연평균 29%의 수익률을 기록한 전설적인 투자가 피터 린치(Peter Lynch)나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놀라운 투자성과를 보면 이들의 주장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효율적 시장 가설은 가정이 얼마나 센가에 세 가지로 나뉜다. 약형 효율적 시장 가설(weak-form EMH)은 과거 주가 정보가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기 때문에 지난 주가흐름을 분석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 준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semistrong-form EMH)은 공개된 모든 정보가 주가에 반영돼 있어 기술적 분석(technological analysis)과 기본적 분석(fundamental analysis) 모두 그다지 믿을 게 못 된다고 본다. 강형 효율적 시장 가설(strong-form EMH)은 기업 내부정보(inside information)를 비롯한 미공개 정보까지 모두 주가에 반영돼 있어 아무도 초과수익률을 얻을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효율적 시장 가설 신봉자를 위한 조크 하나. A와 B가 여의도 증권가를 걷다 5만원권 한 장이 떨어져 있는 걸 보았다. A가 재빨리 주우려 하자 B가 말렸다. ‘그냥 가세. 그게 진짜 5만원권 지폐라면 아직 여기 있을 턱이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