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학의 발전에 가장 핵심적인 기여를 한 것은 바로 1973년에 발표된 블랙-숄즈(Fischer Black - Myron Scholes) 방정식이다. 이 방정식은 일본 이토(Ito) 교토대 교수의 확률미적분 이론을 이용해 파생상품 옵션의 가격을 계산한 모델이다. 이토 교수는 공기 중에 피어오르는 연기나 물 위를 떠다니는 꽃가루와 같은 불규칙한 운동을 수학적으로 설명해 냈는데, 블랙숄즈 모델은 이토 이론을 응용한 특정한 방정식을 통해 옵션과 같은 금융상품의 가격결정 원리를 풀어냈다. 즉, 위험이 전혀 없는 차익거래는 불가능하다는 공리를 세우고 주식의 현물과 선물, 옵션 그리고 위험이 거의 없는 국채, 리보(런던 은행 간 거래 금리) 간 관계식을 세워 방정식을 유도해 옵션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을 정립했다. 이 과정에서 블랙숄즈는 물리학의 열 방정식을 기초로 확률론적인 방법으로 해(解)를 구했다고 한다. 이 모델이 등장한 이후 월가에는 수없이 많은 파생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투자은행들은 한동안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1980년대에는 노벨상 수상자와 수학자, 물리학자 등이 직접 헤지펀드의 효시가 된 LTCM(Long-Term Capital Management)을 만들기도 했다. 숄즈는 파생상품을 발전시켜 금융의 영역을 크게 넓힌 기여로 1997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블랙은 안타깝게도 1995년 암으로 사망해 사후에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 전통에 따라 수상하지 못했다. 대신 숄즈와 헤지펀드를 같이 만든 머톤 교수가 공동 수상했다.) 결국 블랙숄즈 방정식으로 파생상품의 가치평가가 가능하게 됐으며, 이에 따라 옵션을 부여한 상품도 세상에서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이 방정식 하나로 지난 십여 년간 월스트리트는 역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고, 미국은 세계의 금융 산업을 제패했었다. 그러나 역시 이론은 이론이다. 엄격한 가정과 조건 속에서만 작동하는 모델을 변동성이 너무 큰 시장에 무리하게 적용하다가 오늘의 파국을 맞은 게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