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혁(1979~ )은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9년 계간지 <세계의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한다. 그리고 첫 시집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를 펴낸다. 이 젊은 시인에 대해 내가 아는 바는 이게 전부다. 나는 이 시인을 만난 적이 없다. 프로필 사진을 보면 그는 짧은 머리를 하고, 검은 뿔테 안경을 낀 젊은이다. 우리가 서른네 살의 젊은 시인에 대해 좀 더 알려면 그 시를 보고 유추해볼 수밖에 없다. “내가 죽도록 훔쳐보고 싶은 건 바로 나예요”(〈정체〉)라는 구절에 얼핏 드러나는 자기애, “똑같아지려고 교회를 다닙니다”(〈홍조〉)가 말하는 교회 소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돌이킬 수 없는〉)가 보여주는 내향주의적인 소심함, “여자들만 남은 가정에서는 흔히 작은 슬픔 같은 건 금지되곤 한다”(〈학생의 꽃〉)가 암시하는 부성 부재가 또렷한 가정 따위. 그러나 이마저도 확신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시의 화자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귀신은 제 이름이 기억나지 않을 때만 자기 정체를 안대./사육장과 게양대 사이에 앉아서 나는 이 이야기를 지어냈다.”(〈유전〉) 시를 빌려 고백하는 그의 비밀들은 그의 상상 세계가 만들어낸 가공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가 그려내는 상상 세계는 괴이하고 야릇하다. 그것은 부어오른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게우는 짓무른 뱀들, 꼬리를 갖고 싶은 아이들, 여자가 되고 싶었으나 그 욕구를 오로지 제 침대에게 털어놓는 남학생의 도착적 욕망들로 이루어진 세계다. _ 글 장석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