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1980년대 후반부터 경기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수출이 타격을 입었고, 내수 시장은 1990년대 초 부동산과 주식 버블 붕괴로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본격적으로 장기 저성장에 돌입한 시기는 인구 절벽이 시작된 1995년부터다. 인구 절벽이란 15세부터 64세까지 생산 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늘어나던 일본의 생산 가능 인구는 1995년을 기점으로 줄기 시작했고, 이를 계기로 일본 경제는 본격적인 장기 저성장 시대를 맞았다. (중략) 생산 가능 인구 감소로 시작된 소비 절벽은 일본 경제를 악순환에 빠뜨렸다. 가계의 소비 감소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은 투자를 줄이는 동시에 인력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까지 단행했다. 그러자 일본 가계는 소비를 더욱 줄였다. 가계에서 시작된 불황이 기업 불황을 유발하고, 기업의 불황이 다시 가계 불황을 유발하는 ‘복합 불황’에 빠진 것이다. … 한때 세계 최고의 재정 건전 국가였던 일본의 국가 재정은 20년 만에 선진국 가운데 최악 수준으로 전락했다.”

“우리나라는 2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 버블 붕괴로 수출과 내수가 동시에 악화했고, 올해는 인구 절벽을 맞았다.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는 내년부터 줄기 시작한다. 만약 한국 정부가 특단의 조처를 하지 않으면 일본과 같은 소비 절벽을 맞는 것도 시간문제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일본보다 더 나쁘다. 경제 규모도 1990년대 일본보다 못하고 국민소득이 일본보다 적다. 국가 재정 상황도, 기업 경쟁력도 일본보다 못하다. 그런데 고령화 속도는 인구 절벽을 겪던 당시의 일본보다 더 빠르다. 노인층의 빈곤율은 50% 가까운 수준이며, 사회 양극화도 일본보다 심하다. 게다가 장기 저성장의 직격탄을 맞게 될 가게가 골목 곳곳에 있다. 자영업 종사자가 600만명 이상이며, 이들이 전체 사업체 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6%에 달한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자영업자 수는 더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