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modernus’라는 말은 서양의 문헌에서 14세기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이 말이 처음 쓰였을 때는 특정한 집단이나 사고방식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본래적인 의미, 즉 ‘동시대인’이라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므로 자신과 같은 시대의 사람들은 ‘moderni’로, 과거의 사람들은 ‘antiqui’로 지칭되었으며 몇 십 년이 지나면 moderni들이 자연스럽게 antiqui가 되었으므로 이 말은 세대를 구분하는 뜻 외에는 어떤 뜻도 가지지 않았다고 하겠다. 그러나 15세기에 들어서면서 이 말에는 이데올로기적인 의미가 포함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Adam Wodehan은 1300년 경에 학문 활동을 한 Scotus를 ‘antiqui’라 부르고, 1310년 경 부터 학문 활동을 한 Ockham과 Campsale을 ‘moderni’라 지칭했다. 거의 동일한 시대에 학문 활동을 한 사람들을 서로 구분한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을 해석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생긴 Oxford의 입장(terminist logic)과 Paris의 입장(modistic logic)의 대립에 근거하는데, 이 대립에서 옥스퍼드의 입장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modern age’에 속한다고 간주되었던 것이다. Oxford 측의 핵심적인 주장은 언어구조가 궁극적으로 인간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으며 진술과 명제의 의미는 사유와 언어 자체의 문맥뿐만 아니라 언어적, 정신외적 맥락에 달려 있다는 것인 반면, Paris의 입장은 언어구조가 사물의 본질의 일부이지 인간의 신념이나 언어외적 맥락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