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리 오세요. 칭찬이 자자한 오뒷세우스여, 아카이오이 족의 위대한 영광이여! 이곳에 배를 세우고 우리 두 자매의 목소리를 듣도록 하세요. … 우리는 넓은 트로이아에서 아르고스인들과 트로이아인들이 신들의 뜻에 따라 겪었던 모든 고통을 다 알고 있으며 풍요한 대지 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무엇이든 다 알고 있으니까요.” 그들이 고운 목소리로 이렇게 노래하자 내 마음은 듣고 싶어 했소. 그래서 나는 전우들에게 눈짓으로 풀어달라고 명령했으나 그들은 몸을 앞으로 구부리며 힘껏 노를 저었소. 그리고 페리메데스와 에우륄로코스가 당장 일어서더니 더 많은 밧줄로 나를 더욱 꽁꽁 묶었소.”(호메로스, <<오뒷세이아>>, 12.184-196.)

“세이렌의 섬 근처를 지나며 오디세우스는 노랫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부하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된 귀마개로 틀어막게 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그 소리가 너무도 궁금한 나머지 돛대에 몸을 묶고 어떤 일이 있어도 풀어주지 말라 신신당부했다. 영국의 신고전주의 화가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Herbert James Draper)의 작품을 보면 오디세우스를 향해 모여든, 얼핏 인어처럼 보이는 인면조신(人面鳥身) 세이렌들과 그 노랫소리에 넋이 나간 영웅의 풀어진 눈동자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다.”

_ 누군가는 여기서 계몽의 변증법을 연상했고, 다른 이는 과거의 영광과 절연하리라 다짐했으며, 그리고 어떤 이는 저항할 수 없는 욕정에 대처하는 자세를 숙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