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입버릇처럼 식구들 몰래 내게만 / 이불 속에 칠백만원을 넣어두셨다 하셨지 /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 이불 속에 꿰매두었다는 칠백만원이 생각났지 / 어머니는 돈을 늘 어딘가에 꿰매놓았지 / 대학 등록금도 속곳에 꿰매고 / 시골에서 올라왔지 / 수명이 다한 형광등 불빛이 깜빡거리는 자취방에서 / 어머니는 꿰맨 속곳의 실을 풀면서 / 제대로 된 자식이 없다고 우셨지 / 어머니 기일에 / 이젠 내가 이불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얘기를 / 식구들에게 하며 운다네 / 어디로 갔을까 어머니가 이불 속에 꿰매놓은 칠백만원 / 내 사십 줄의 마지막에 / 장가 밑천으로 어머니가 숨겨놓은 내 칠백만원 / 시골집 장롱을 다 뒤져도 나오지 않는 / 이불 속에서 슬프게 칙칙해져갈 만원짜리 칠백 장”(박형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