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로치가 감독한 <인부들>은 민영화로 인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철도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다룬 영화다. 대처 이후의 세기말적 우울이 전면에 흐르는 가운데, 영화는 시장논리가 어떻게 노동자들을 점차 신자유주의의 공모자로 만들어 가는지, 어떻게 그들의 평범했던 일상, 곧 자존심, 활기찬 유머, 동료애, 나아가서 가정과 직장공동체를 서서히 파괴하는지를 잔인할 정도로 덤덤히 보여준다. 생계의 위협 앞에서 동료의 죽음마저 외면하는 주인공들에게 죄의식이 주는 반성적 사유가 들어설 여지는 없다. 피해자마저 가해자로 내몰고 가해자의 죄의식을 제도적으로 면제해 주는 것이야말로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해악일지 모른다. 어느새 가해의 자리에 서게 된 이들의 뒷모습을 카메라가 잡으면서 영화는 끝난다.”